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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 BEAT
groovin'!! Upper
writing by. nasy
/@Star_Nasy

『세상은, 사랑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여진 십자가 하나. 마치 출신도 뭣도 알 수 없는 부랑자를 묻고 덧없는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비석 대신 꽂아놓는 것처럼 생긴 그런 십자가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그는 한동안 말 없이 십자가에 매달린 술, 그리고 장식을 물끄러미 보더니만 희미하게 웃으며 혼잣말했다. 오늘도 모두모두 사랑으로 가득하네. 기뻐.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어느 한 미지의 구역. 마계인가, 지옥인가. 그곳을 한참 보던 그는 갑자기 무엇인가 발견했다는 듯이. 십자가에서 내려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낙원」에, 손님이 왔어. 분명히 사랑스러울 거야. 휘파람을 부르면서.

 

어느 「낙원」이 있었다. 보통의 세계와 가깝지만 먼 곳. 화사하고 밝은 다른 곳과는 달리, 그 「낙원」은 뭔가 어두웠고, 또 기괴, 아니 독특했다. 불길한 공기. 칙칙한 갈색의 세계. 봄에도 여름에도 나무는 낙엽색. 여기저기 아무도 해치지 않는 불이 있었고, 토리이는 바위 위에. 그 근처의 여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언제나 푸른 버드나무, 앞에 위치한 색색의 바람개비. 올빼미의 눈을 가진 노랑나비가 바람개비를 희롱한다. 태양은 구름을 두르고 숨바꼭질을 기다리는 듯. 남색의, 불길한 호수 너머에는 눈알 같이 생긴 무엇인가와 빠알간 단풍. 그곳을 지나면, 칙칙한 어둠 너머로 십자가가 보일락말락.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이상하게 생겼다. 하지만 모두 사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낙원일지도 모른다. 다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아득히 넘어갔을 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낙원에 들어온 한 존재. 정확히 말하면 길을 잃고 여기 들어온 것이겠지만. 보라색의 귀여운 쥐 한 마리. 사람처럼 서있고 말도 하고 쥐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일단은 쥐를 닮은 존재. 이곳이 낯설은지 두려워하며 두리번두리번. 여기가 어디지.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갔다. 그와 닮은 쥐 후드(파란색이지만)를 쓴 갈색머리의 괴상한 소년(?), 아니면 아기(?). 있지, 나 귀엽지 않니. 보통 상황이라면 뭐야 이거, 하고 무시했을 것이지만 그를 두르고 있는 공기 때문일까. 그 말은 그를 편하게 했다. 응 그래. 귀여워. 그와 대화하면서 그 쥐는 처음에는 두려웠던 현재 위치에 대해 마음을 놓게 되었다. 이곳이 어디야? 이곳은 「낙원」이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세계. 「낙원」의 주를 만나면 분명 기뻐할거야. 그도 너도. 서로 사랑하고, 누가 서로를 더 사랑하는지 알기 위해 배틀을 하는 곳. 한결 편안해진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고양이. 소녀(?). 무당벌레. 나 귀엽지 않니. 귀여워. 배틀을 하고 길을 찾으면서, 그는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알아갔고, 낙원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낙원의 공기가 그를 점점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곳의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모두를 사랑하고, 이윽고 「낙원」의 주에게 도달했을 쯤 그는 다른 존재처럼 낙원의 사람과 한 없이 닮아졌다. 낙원의 친구들에게 받은 검은 자켓을 입고. 그 「낙원」의 사람들은 기뻐하겠지만, 과거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자에게는 닿지 않을... 기다리고 있었어. 여기는 재미있었어? 라는 눈으로, 검은 아프로머리의 「낙원」의 사람이 그를 부른다. 나는 낙원의 주, 아사키다. 서로를 사랑하기에 진심으로 나누는 대화. 사랑하는 것을 알기 위해 하는 배틀.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손님'이지 낙원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비록 「낙원」에 거의 가깝기는 하지만, 아직 그는 저 보통의 세계, 밝은 세계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가지고 있다. 손님을 언제까지나 붙잡아 둘 수는 없다. 선택지는 단 둘. 「낙원」에 계속 붙잡아두어 그 기억과 흔적을 몰아내는 방법. 그러면 그 '손님이었던 자'도 돌아갈 길 없이 이곳에서 계속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선택지를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이곳으로 도망쳐오지 않았다. 길을 잃은 불쌍한 자이다. 이곳의 모두가 그를 좋아하듯, 「속세」의 누군가도 그를 좋아할 것이다. 그를 슬프게 하고 싶지도 미움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슬프지만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는 것. 그래서 그는 즐거웠던 배틀이 끝나고 이제 떠나려는 손님을 말리지 않았다. 그저 물을 뿐이었다. 너는 누구냐. 신이냐 오니냐. 너의 정체와 이름을 밝혀라. 우습게도 낙원에서 그 외의 존재는 이름이 없었다. 그저 아사키 본인이 이름을 붙였을 뿐. 아기니깐 아카짱(아기), 고양이니깐 네코짱(고양이), 소녀니깐 오네짱(누나), 무당벌레니깐 오텐토우무시(무당벌레)... 그가 왜 그 손님에게 이름을 물었을까. 기억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이곳의 사람들과 구분하기 위함인가. 파스텔군. 그게 그 손님의 이름이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낙원을 만들기 위해 이미 그 세계에 대한 기억을 버린 그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없었다. 파스텔군. 파스텔군. 구운... 잘 모르겠다. 어쨌든 파스텔군은 그의 세계와 그를 칭찬하고 이제는 떠나려고 했다. 자켓을 세계에 두고. 바바이! 왠 까마귀 한 마리가 그를 배웅해주었다. 아사키는 그런 그를 한동안 보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며. 바바이!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여진 십자가 하나. 그곳에 한 까마귀가 앉아있었다. 돌아왔다며, 까옥. 한 남자가 근처에 서서 그 십자가에 앉은 까마귀를 보며 물었다. 저 밝은 세계에 잠깐 갔어? 그곳은 어땠어? 까옥. 말하는 방법도 잊어버린거야? 조금만 있으면 돌아오겠지. 남자는 보이지도 않는 다른 세계를 향한 길을 보며 혼잣말했다. 파스텔군은 원래 세계에 돌아가자마자 이곳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속세의 다른 자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괜찮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기에. 언젠가 다시 오면 그 때는 또 좋아해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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